한국시사경제 한장선 객원기자 | 제주4·3의 세계화를 이끌어낸 주역인 4·3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의 치유와 화합의 축제 ‘제13회 4·3유족 한마음대회’가 유족과 도민 등 2,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14일 오전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 주관으로 열린 이번 대회는 추모뿐 아니라 아픔을 희망으로 바꾸는 세대 간 축제의 장으로 마련됐다.
이번 개회식은 4·3평화합창단의 합창을 시작으로 대회선언, 감사패 수여, 대회사, 격려사, 축사, 박 터트리기 퍼포먼스 순으로 진행됐다.
개회식 이후에는 청년·부녀 유족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과 발표를 선보였으며, 오후에는 재즈 공연과 유족 노래자랑 무대에 이어 ‘화해·상생·평화·인권 퍼포먼스’가 펼쳐져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공동체적 연대를 다졌다.
행사장 내에서는 유족들을 위한 다양한 정보 안내 및 홍보 부스 등이 마련돼 큰 호응을 얻었다.
제주도는 보상금 및 가족관계 정정 신청사항 등을 안내하고, 4·3평화재단과 열린병원은 유가족 DNA 채혈을 진행했다.
국립제주트라우마치유센터는 프로그램 안내·홍보 부스를, 한국병원은 4·3생존희생자와 유족을 대상으로 무릎인공관절 로봇수술 지원 홍보 부스를 운영했다. 유족부녀회는 따뜻한 차 나눔봉사를 이어갔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4·3생존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제주항공과 혜인의료재단 한국병원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시간도 가졌다.
제주항공은 2018년 4월부터 4·3생존희생자에게 정상 항공료 기준 50%, 유족에게는 40%의 항공운임을 할인 제공하고 있다. 2024년 총 3만 4,043명(생존자 85명, 유족 3만 3,958명)이 할인 혜택을 받았으며, 올해는 8월 말 기준 누적 1만 9,110명(생존자 37명, 유족 19,073명)이 할인 혜택을 받았다.
한국병원은 4·3생존희생자 및 유족을 대상으로 무릎인공관절 로봇수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수술비는 한쪽 160만원, 양쪽 최대 320만원까지 지원되며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총 15건의 로봇수술이 시행됐다. 이밖에도 4·3생존희생자 지정 진료기관으로 연평균 6,000건 이상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4·3희생자와 유족들의 복지에 힘쓰고 있는 ㈜제주항공과 혜인의료재단 한국병원에 감사패를 전달하며 4·3희생자와 유족들의 복지를 위한 기업과 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이어 오 지사는 “4·3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제주4·3의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존중받게 됐다”며 “앞으로도 제주 4·3정신이 전 세계 시민들에게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의 상정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와 함께 유족들의 적극적인 채혈 참여를 요청했다. 오 지사는 “유족과 함께 다음세대와 그 다음세대까지 연이어 채혈을 하면 유해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며 “더 많은 사람이 채혈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해달라”고 말했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4·3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질곡의 삶을 살아오는 고통 속에서도 4·3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반드시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지금까지 지켜낸 유족들의 용기와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4·3의 역사를 세계인과 함께 기억하고 4·3 해결과정이 세계 과거사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희망의 역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제주4·3 유족 한마음대회는 2011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유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와 화합을 도모하는 상징적인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