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사경제 안창현 기자 | 대한항공 여객기가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서 이륙 직전 다시 계류장으로 되돌아가는 이른바 ‘램프리턴(ramp return)’ 상황이 발생하면서 승객들의 불만과 불안이 증폭됐다.
특히 대한항공 측이 약 1시간 30분 동안 승객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단순한 안전조치 차원을 넘어 위기 대응과 고객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보조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을 감안하면 회항 자체는 불가피했을 가능성이 크다”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승객들은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면 오히려 더 투명하고 신속하게 설명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한다.
이륙 직전 갑자기 회항… 승객들 공포와 혼란
대한항공 KE448편은 지난 20일 밤 11시 10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항공기는 활주로 진입 후 이륙을 앞둔 상황에서 돌연 방향을 바꿔 계류장으로 복귀했다.
당시 기내에서는 “(보조배터리 설명은 없이) 수하물 문제로 다시 계류장으로 돌아가겠다”라는 간단한 안내방송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사유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일부 승객들의 주장이다.
승객들은 약 1시간 30분가량 항공기 안에서 대기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불안과 피로가 커졌다고 토로했다. 일부 승객들은 승무원과 관리자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정확한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활주로까지 갔다가 갑자기 되돌아오니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라며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일 수 있는데도 설명이 지나치게 부족했다”라고 지적했다.
보조배터리 위탁수하물 확인… 대한항공 설명과 기내 관계자 사과
이후 대한항공 측은 기내 방송을 통해 “승객 수하물 문제를 확인 중”이라고 안내한 뒤, 재출발 과정에서 “한 승객이 보조배터리를 위탁수하물로 부쳤다고 알려와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보조배터리가 든 가방을 내려 기내로 반입했다”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내 관리자 역시 “보조배터리는 반드시 휴대해야 하는데, 한 승객이 캐리어에 넣어 위탁했다고 알려와 항공기가 다시 돌아왔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제 항공안전 규정상 리튬이온 배터리와 보조배터리는 화재 위험 때문에 위탁수하물 반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특히 최근 국내외에서 기내 배터리 화재 우려가 커지면서 관리 기준도 강화되는 추세다.
관련 주부 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최근 보조배터리 안전관리 강화 방침을 발표하며, 기내 반입 수량 제한과 충전 금지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안전조치는 필요했지만 대응은 미흡” 지적
문제는 회항 자체보다 이후 대응 과정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객들 사이에서는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면 오히려 더 신속하고 투명한 설명이 필요했다”라며 “승객 불안을 줄이기 위한 안내와 사과가 부족했다”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로 일부 승객들의 항의 이후에야 관리자의 추가 사과 방송이 두 차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배트남 하노이공항 보안당국의 검색과정에 대한 문제라고 보이는데, 사안에 대해 정확한 팩트체크가 필요하겠지만, 보조배터리 문제는 자칫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램프리턴 결정 자체는 안전 매뉴얼 상 적절했을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단순한 문제부터 승객의 공황장애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램프리턴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제선에서는 공항 보안 검색, 체크인, 게이트 확인 등 여러 단계에서 위험물 관리가 이뤄진다”라며 “어느 단계에서 확인이 누락 됐는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땅콩회항’ 떠오르게 해
이번 사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2014년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회항(Nut Rage)’ 사건을 떠올리는 반응도 나온다.
당시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미국 뉴욕발 인천행 항공기에서 견과류 서비스 문제를 이유로 항공기를 되돌리고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해 거센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당시 해당 사건은 해외 주요 언론들도 비중 있게 보도하며 글로벌 이슈로도 번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당시 사건을 ‘nuts-rage’라는 표현으로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한국 항공법 위반 가능성을 언급하며 집중 조명한 바 있다.
물론 이번 사례는 안전 문제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램프리턴이라는 점에서 당시 사건과 성격은 다르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승객 불안 해소와 고객 응대 측면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과거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나온다.
“세계적 항공사 되려면 작은 안전 · 서비스도 놓쳐선 안 돼”
대한항공은 최근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작업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메가캐리어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 안전과 고객 대응은 대형 전략보다 더 기본적인 신뢰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보조배터리와 같은 위험물 관리 문제는 단순한 승객 실수가 아니라, 체크인 카운터·보안검색·탑승 게이트·기내 안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시스템 점검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승객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항공사가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고 사과하며 신뢰를 회복하는지는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된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 해프닝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위험물 관리 체계와 위기 대응 매뉴얼, 고객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출발 지연에 대한 고객 보상과 관련해서 대한항공 측의 고객서비스팀 담당자는 통화에서 “피해구제 접수를 해서 홈페이지에 있는 신청서를 작성해 전화나 이메일로 접수하는 방법이 있다”라며 “모든 사안에 대해 피해구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